이미 많은 분들과 매체들이 이 일과 관련하여 여러 시사점들을 보여줬습니다.

이야기들을 듣고 나름대로 소화하여 글을 써봅니다.



1. 정부는 KTX 수서발 노선을 '자(子)회사'로 분리하는 기본 계획을 세우고 며칠 전에 면허를 발급했습니다.


- KTX 수서발 노선이 이슈인 이유는 수서가 강남과 강동의 인구를 아우르는 출발지이기 때문입니다.

- 현재 서울에서 출발하는 출발역은 서울역(과 인근거리에 위치한 용산역)이 있습니다.

- 따라서 서울과 수서로 출발지가 둘로 나뉘게 되면 KTX의 이용고객도 분산됩니다.

- 현재 유일하게 흑자보는 노선은 KTX입니다.


그런데 이 수서발 노선을 자회사로 분리할 때,

기존에 코레일이 짊어지고 있던 부채는 가져가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시설비 정도만 부담할 거라 예상하는데 시설비를 부담하는지 안하는지는 아직 확정된 안이 없습니다.



2. 왜 자회사를 만드는가?


정부는 독점체제인 코레일을 자회사와 경쟁시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입니다.

모(母)회사와 자(子)회사를 경쟁시킨다는 게 골자입니다.


그런데, 자(子) 회사는 공기업의 형태인 공사가 아니라 주식회사로 만들어집니다.

주식회사는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대주주가 회사를 운영하고,

철도사업을 놓고 보자면, 운영 주체(대주주)가 요금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습니다. 



3.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은?


효율성은, 철도를 운영하는 비용 / 철도를 운영하면서 얻는 수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타 재무적인 수단은 여기서 고려하지 않습니다.


효율성을 높이려면,


- 철도를 운영하는 비용을 낮추거나,

- 철도를 운영하면서 얻는 수익을 높여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선택하기 쉽고 편한 방법은 '철도 요금 인상'입니다.

또한, 철도 노동자의 임금 동결 및 인력 감축 안등도 고려의 대상이 되겠죠. 

인력 감축은 철도 운행의 안정성을 저해합니다. 


그리고 임금이 이 논의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만, 임금은 상당히 지엽적인

문제입니다. 작은 논점을 크게 키워서 다른 중요한 논점을 덮으려는 '프레이밍(Framing)' 기법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다수 여론이 자기 편일 때 아주 효과만점인 기법이죠.



4.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가?


공공 교통 수단인 '철도'가 효율성 제고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먼저 드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어느 정도 고려됩니다. 

실제로 십여 년 넘게 공기업에서 비슷한 취지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쓸데없이 

지출되는 비용을 삭감하는 등 다방면으로 효율성 제고 방안이 모색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효율성 보다 더 고려될 가치가 있습니다.


철도는 우리나라 곳곳을 아우르는 교통망으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단순히 효율성만 생각해 놓고 판단하면, 

이익이 되는 노선을 제외하고 모조리 운행을 중단해야합니다. 

예컨대 천안과 대전 구간의 역들(신탄진, 조치원 등)을 지나치는 등 이미 KTX가 운영되면서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이 새마을 호나 무궁화 호까지 시행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철도요금도 인상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적자 노선인 새마을호과 무궁화호를 유지하는 이유는, 

철도가 국가의 기간 교통망으로서 공공성을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5. 그런데 왜 수서발 KTX 노선을 분리하는가?


앞서 이 노선은 '자(子)회사'가 운영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식들은 언젠가 부모에게서 독립하게 마련이라고 했던가요? 

이 '자(子)회사'는 때만 맞으면 독립이 가능합니다.


매년 수천 억의 이익을 보는 알짜배기 주식회사로 독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매년 수천 억의 매출을 기록하는 주식회사는 누가 운영하는가?

그 수천 억의 수익을 누가 어떻게 쓰는가?


의문이 듭니다.


또한, 수천 억의 수익을 고스란히 '자(子)회사'에 물려준 '모(母) 회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요?

17조의 부채를 떠안고, 수익도 반토막납니다. 여기 어디에 경쟁으로 인한 효율성이 

생겨납니까? 

블루 오션처럼, 없던 시장을 새로 만든 게 아닙니다. 

그냥 시장을 반으로 갈라, 반은 엄마주고 반은 아들주고 잘해보라고 합니다.

아들은 빚도 없고 매년 흑자도 보고 아주 신나겠지요. 


이 아들, '자(子)회사'의 주인은 국가가 되어야합니다. 

현재의 진행으로는 국가가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정도입니다. 


그 전에, 주식 회사의 형태보다는 공사 형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 전에, 회사를 따로 만들어 노선을 관리할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6. 17조


코레일의 방만운영에 따른 적자가 17조라는 정부의 주장,

이게 방만한 운영 결과때문일까요?


가. 코레일 공사 전환 당시 경부고속철도 공사비용 4.5조 + 기존부채 1.3조 = 5.8조

나. 철도차량 구입비 : 2.5조

다. 공항철도 인수 : 1.2조

라.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채무 증가 : 3조

마. 용산개발무산으로 인한 채무 증가 : 3.7조


가+나+다+라+마 : 대략 17조


상기한 바와 같이 부채는 방만운영의 결과가 아니고 철도 운영에 필수적인 비용이거나

정부가 주도한 사업의 (실패한) 결과를 떠안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코레일은 지속적인 영업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들어서는 영업 이익의 적자가 감소되는 추세라고 합니다.


하지만 영업 적자는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 낮은 요금 문제 (여객 + 화물)

- 공사 + 공단 분리에 따른 선로 요금 지불 문제

- 정부의 과도한 고속철도 선로 설치(투자) 문제

- 불합리한 정부 기준(지표 산정, 부채 이관, 지급 지연) 문제


이런 논점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판단은 보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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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모히토더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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